2026년 10월 19일, JP모건이 자사 예금토큰 'JPM 코인'을 이더리움에 올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진: Kidfly182, Wikimedia Commons, CC BY 4.0, 편집해 사용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위에 나타낸 토큰이고, 이더리움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블록체인, 곧 퍼블릭 블록체인입니다. 같은 해 6월에는 미국 대형 은행들이 은행끼리 예금토큰을 주고받는 공동 결제망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에서 쓰려는 움직임 속에 나온 소식이에요.
핵심은 이렇습니다. JP모건은 JPM 코인을 이더리움 위에서 심사를 거친 기관 고객끼리 주고받게 했습니다. JPM 코인은 JP모건 계좌에 있는 달러 예금을 블록체인 위에 나타낸 토큰입니다. 발행사가 준비자산을 따로 쌓아 두는 스테이블코인과는 구조가 다르죠. 스테이블코인은 값이 달러 같은 화폐에 고정되도록 만든 디지털 돈이에요. JP모건은 2025년 처음 퍼블릭 블록체인에 나설 때, 그곳에서 거래 대금으로 쓰는 돈은 주로 스테이블코인이었다고 짚었습니다. JPM 코인은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고요. 이번 이더리움 발표에서는 기관 고객의 자산과 거래 상대가 이미 이더리움에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블록체인 위를 오가는 것은 예금을 나타내는 토큰이고, 달러는 JP모건 은행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퍼블릭 블록체인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JP모건은 2025년 11월 코인베이스가 만든 블록체인 '베이스(Base)'에 먼저 JPM 코인을 냈고, 이더리움은 두 번째예요.
은행은 왜 자기가 운영하던 블록체인을 두고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나왔을까요? 그 토큰은 스테이블코인과 무엇이 다를까요? JP모건의 설명을 따라 풀어 보겠습니다.
토큰이 움직여도 돈은 JP모건 은행 밖으로 나가지 않아요
JP모건은 JPM 코인을 '암호화폐도, 스테이블코인도 아닌 은행이 발행한 예금토큰'이라고 정의합니다.
쓰는 순서는 단순해요. 기관 고객은 일반 예금계좌와 구분되는 JP모건의 블록체인 예금계좌에 달러를 넣고, 그 달러를 JPM 코인으로 바꿉니다. 코인은 언제든 다시 달러로 되돌릴 수 있고 묶어 두는 기간도 없어요.
토큰을 보내는 쪽도 받는 쪽도 JP모건의 기관 고객이에요. A 기관이 B 기관에 JPM 코인을 보내도 그 토큰이 나타내는 달러는 JP모건 은행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JP모건의 설명입니다. 이더리움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JPM 코인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심사를 거쳐 승인받은 상대뿐이죠.

JPM 코인은 2025년 6월 베이스에서 시험 발행(개념검증)을 거쳐 2025년 11월 기관 고객용으로 정식 출시됐습니다. 이때 JP모건은 스스로를 '퍼블릭 블록체인에 달러 예금토큰을 낸 첫 은행'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베이스는 이더리움을 바탕으로 만든 별도 블록체인(레이어2)이고, 이번에 올린 곳은 이더리움 본체(레이어1)입니다. 이제 기관 고객은 베이스에서도, 이더리움에서도 기관끼리 JPM 코인을 직접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을 따로 쌓아 두고, JPM 코인은 JP모건 예금을 나타냅니다
둘 다 블록체인 위에서 달러처럼 쓰는 디지털 돈이라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요. 차이는 누가 내고 들고 있는 쪽이 무엇에 기대느냐에서 갈립니다. 비교 기준으로는 2025년 7월 제정된 미국 결제용 스테이블코인법, 지니어스법을 씁니다.
첫째는 돈이 어디에 있느냐예요. 지니어스법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내준 토큰만큼(1대1 이상) 준비자산을 따로 쌓아 둬야 합니다. 보유자에게 정해진 금액으로 되돌려 줄 의무도 지고요. 보유자가 믿는 것은 발행사의 이 의무와 따로 쌓인 준비자산이에요. JPM 코인은 다릅니다. 토큰은 JP모건 계좌에 있는 달러 예금을 나타냅니다. JP모건은 JPM 코인이 일반 은행 예금과 신용 특성이 같다고, 곧 은행 예금만큼 믿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JP모건 설명대로라면 JPM 코인을 든 기관이 믿는 것은 JP모건이라는 은행의 예금입니다.
둘째, 이자입니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자에게 이자를 줄 수 없게 했습니다. 토큰을 들고 있거나 쓴다는 이유만으로 주는 이자나 수익을 막은 것이죠. 반면 2025년 6월 시험 발행 때 JP모건은 예금토큰으로는 보유자에게 이자를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셋째, 법이 둘을 따로 봅니다. 지니어스법은 예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같은 분산원장(여러 참여자가 같은 장부를 함께 나눠 갖고 기록하는 기술)에 기록된 예금도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고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자기 블록체인이 있던 JP모건이 이더리움까지 나온 이유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JP모건의 블록체인 사업부 키넥시스(Kinexys)는 2015년부터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를 해 왔거든요. 자체 비공개 블록체인 위에서 고객 예금계좌를 운영해 왔고요. JP모건 내부 집계로 키넥시스 플랫폼 전체의 누적 처리액은 4조 달러가 넘고, 하루 평균 처리액은 70억 달러입니다. 그런 키넥시스가 퍼블릭 블록체인을 처음 쓴 것이 2025년 6월 시험 발행이었습니다.
시험 발행 당시 JP모건은 지금까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결제에 쓰는 돈은 주로 스테이블코인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예금토큰이 기관 고객에게 스테이블코인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루 24시간, 거의 즉시 결제할 수 있는 대안이에요.
2026년 10월 이더리움 발표에서는 수요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가상자산과 실물자산 토큰(펀드나 채권 같은 현실 자산을 토큰으로 만든 것)을 함께 거래하는 대형 기관들이 블록체인에서 거래 대금으로 쓸 돈을 점점 더 찾는다는 건데요. 이 기관들이 원하는 건 믿을 만한 금융기관이 내고 이미 쓰는 예금 상품과 이어지는 돈이라고 JP모건은 덧붙였습니다.
JP모건은 이더리움을 고른 이유도 밝혔습니다. 이더리움에 자금과 토큰화 자산이 이미 많이 모여 있다는 것이죠. 고객이 거래하는 자산과 담보, 거래 상대가 이미 있는 블록체인에 결제용 돈도 두겠다는 설명입니다.
JPM 코인이 던지는 질문은 '어디서, 누구와 쓰나'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은행들과 함께 예금토큰을 발행해 본 '프로젝트 한강'은 올해 2단계로 넘어가면서 '실제로 쓸 수 있나'를 시험하는 쪽으로 질문이 바뀌었어요. 그 질문이 '쓸 수 있나'라면, JPM 코인에서는 그다음 질문이 보입니다. 예금토큰을 어느 블록체인에 두고, 누구와 주고받게 할지입니다.
발행하는 쪽에서 보면 JPM 코인에는 두 가지 선택이 눈에 띕니다. 하나는 누가 토큰을 가질 수 있는지를 발행 단계에서 정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은행 계좌와 토큰을 언제든 오가게 한 것입니다.
심사를 통과한 기관만 토큰을 받게 하려면, 발행하는 쪽이 받을 수 있는 기관 목록을 만들어 관리해야 합니다. 파라메타의 파라스타(ParaSta)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 같은 디지털자산의 발행과 운영을 한 플랫폼에서 지원하고, 기존 은행과 결제망에 바로 연결합니다. 발행 기능에는 이런 허용 목록(화이트리스트)과 차단 목록, 다중 서명(여러 명이 함께 승인해야 실행), 준비자산 증빙, 자금 동결 같은 통제 장치를 둡니다. 이 장치들로 발행부터 발행 뒤 점검(사후 검증)까지 관리합니다.
검토의 첫 질문은 이 토큰이 예금을 나타내느냐, 준비자산에 기대느냐입니다
금융사나 핀테크에서 블록체인 위 돈을 검토하고 있다면, JPM 코인 사례에서 바로 가져갈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1. 우리가 쓰려는 블록체인 위 돈은 은행 예금을 나타내는 토큰인가요, 발행사가 준비자산을 따로 쌓아 두는 스테이블코인인가요? 앞에서 본 것처럼 미국에서는 이 구분에 따라 법의 정의가 달라지고, 스테이블코인에 걸린 이자 금지가 적용되는지도 갈립니다.
2. 이 토큰은 누가 가질 수 있나요? 심사를 거친 상대만 받을지, 열어 둘지는 발행할 때 정해야 합니다.
3. 우리 고객의 자산과 거래 상대는 지금 어느 블록체인에 있나요? JP모건이 이더리움을 고르며 든 이유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